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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트래킹명상 일지
작성자 능인행 작성일 2020-01-10 조회수 3568

마나술루 트레킹 명상 일지

능인행.

 

트레킹 1일차 : 10월20일

트레킹 첫날이라 짧게 걸었다.

발바닥에 의식을 두고 걸었다. 새끼발가락에 약간의 통증이 일어나 알아차림하고 의식을 집중하자 사라졌다. 의식을 정수리, 손, 발바닥에 두고 걸었다. 의식의 전체보기를 하면서 걸어도 앞에 보이는 시야는 걸림이 없다. 자갈길이라 울퉁불퉁해도 걸리거나 넘어지지 않았다. 몸은 사라지고 발바닥 감각만 남는다. 도로의 환경에 따라 매 순간 변하는 감각을 알아차림 한다.

걷는 도중 무릎 뒤쪽에 통증이 와서 살펴보니 무릎주변의 인대, 혈관, 근육 등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다. 일어나고 사라짐을 관찰하는 도중 실재처럼 혈관이 막힌 것처럼 보여 진다. 계속 관찰하니 사라진다. 실재하지 않음, 환임을 알아차린다,

모든 것은 변하고 항상 하지 않음을... 주변의 산, 물, 나무, 풀, 꽃, 돌 등등 그 무엇 하나 스스로 자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임을 사유하며 펼쳐져 보이는 주변의 모습들이 인드라망처럼 펼쳐져 있다.

가는 도중 소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주인도 아이도 안쓰러움에 쳐다만 보고 있다.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고통스러워하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왔다. 생로병사는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걸으면서 기도를 해 주었다. 다음 생에는 축생의 몸을 받지 말고 사람 몸 받기를...

더워서 땀이 흐르자 몸이 무거워짐을 알아차림하고 발의 움직임도 같이 둔해지는 것을 알아차림 한다.

 

트레킹 2일차 : 10월21일

오늘도 짧게 걸은 하루였다.

몸이 가벼워서인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둥근 통처럼 되었다. 몸의 경안은 저절로 따라온다. 전체보기를 하면서 걸어도 한공간이 된다. 펼쳐 보이는 앞의 모든 것 뿐만 아니라 지나온 길의 보여 졌던 모든 것들이 (여러 길의 형태 , 말과 양들의 모습, 출렁거리는 구름다리,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감탄을 자아내는 여러 폭포들의 위엄, 다르질링 같은 계단식 논, 함석지붕, 학교가 멀어 늦게 등교하는 학생들) 마치 눈이 달린 듯 그대로 보여 진다.

폭포를 바라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변에서 나오는 물로 장대한 폭포를 이룬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된 정보도 사실인양 알고 있는 의식이 착각임을 다시 확인 시켜주었다. 구름다리를 건널 때 흔들림에 넘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스틱 잡은 손이 저절로 줄을 잡고 있었고, 물이 넘쳐나는 징검다리를 건널 때는 빠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의식이 온통 발의 움직임에 가 있음을 알아차림 하였다.

의식의 집중이 잘 된 탓인지 길가로 흐르는 큰 내천의 물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한 공간 된 상태에서 걸었다. 몸은 자연히 가볍고 스틱을 잡고 걷는다는 것도 잊었다.

날씨가 더웠는데 덥다는 생각도 못하고 걸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말을 걸으면 의식은 흐트러진다.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여러 장면들이 이곳과 너무나 흡사해서 저절로 떠올랐다. 물결위로 햇살에 비춰져 반짝이는 윤슬도, 가을이 오고 있어 변하는 나뭇잎도 조건에 의해서 일어나고 사라짐을 알아차림 한다.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서 메고 밭일을 능숙하게 하는 아기 엄마를 보았다.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을 깨트렸다. 내가 아는 것이 모두 옳고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되돌려 생각하게 했다.

저녁에 차 명상을 하였다. 의식을 발끝에 두고 차를 마셨다. 몸이 사라지고 발끝이 따뜻해짐을 알아차림 했다. 목이 따끔거림을 알아차림 하면서 차를 더 천천히 마시자 사라졌다. 오른쪽 무릎 주변으로 차가운 느낌을 알아차림 하면서 약간의 불쾌감도 들었다. 계속 지켜보면서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졌고 싫어하는 마음이 괴로움임을 알아차림 한다.

 

트레킹 3일차 : 10월22일

티벳 사원을 갔다. 오래된 탱화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새로 만든 탱화와 대조를 이루었다. “모든 현상(제법)은 항상 하지 않다(무상)“ 지나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고 현재 이순간도 변하고 있음을 알아차림 한다. 오고 가는 길에 만난 노파의 모습에서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되었다. 현재 이 순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공고히 하여야겠다고 생각 하였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이 더 커져 흙길을 걸을 때는 통증이 덜 하였지만 돌 위를 걸을 때는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부터 들어 올리고 앞으로 나아가서 다시 바닥에 닿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통증도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림하고 일어남과 사라짐을 관찰한다. 격한 통증으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뒤쳐져 걷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무거운 마음 모든 것이 괴로움임을 알아차림 한다. 모든 현상은 변하여 실체가 없는데 나라는 상에 매여서 괴로움을 겪고 있을 뿐이다.

한 공간을 이루며 걷다가 약한 통증은 알아차림 하면서 흐트러지지 않고 걷는데 강한 통증이 올 때는 순간 의식이 흐트러지고 관찰도 사라지고 아프다는 생각만 남는다. 아픈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힘든 기억이 내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 4일차 : 10월23일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한공간 보기가 잘 되다보니 호흡도 편안하고 몸도 가벼워 경안 상태가 유지되니 저절로 걸어지는 것 같았다. 몸은 사라지고 의도하지 않아도 길이 보이듯이 발이 편안한대로 저절로 돌이나 물을 피해서 디디게 된다.

돌길이나 진흙길을 걸을 때 똑같은 감각이 없으며 조건에 따라 감각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에 따라서도 다름을 알아차림 한다.

스틱이 땅에 닿을 때 오는 진동이 손끝까지 울림이 있으며 여파로 쇄골까지 떨리는 감각을 관찰 하였다. 똑같은 울림이 없으며 매 순간 변하고 바닥의 조건에 따라 다르고 일어남과 사라짐만 있음을 알아차림 하였다. 알아차림이 유지되니 스틱 잡은 손이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 숨이 차면 정수리에 집중하며 걸으면 다시 호흡이 편안해진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도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소리도 한 공간에서 이루어짐을 알아차림 하였다. 보고 들리는 모든 것이 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림 하면서 관찰하였다.

거리나 시간, 환경에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 즉 앎에 따른 것임을 알아차림 하였다. 이야기 도중에는 발바닥 감각은 유지가 되나 손이나 정수리 감각은 유지가 잘 안 되었다. 대신 한 공간 속에서 걷는 속도가 빠르거나 늦거나 상관없이 유지가 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로를 돌려 바람을 일으켜 아궁이 안에 있는 나무에 불을 지펴 음식을 하는 광경을 보았다. 우리나라와 다른 사각형의 아궁이였다.

오늘은 장시간 걸어서 피곤한 탓인지 정수리에 굵은 전선이 지나가듯 하였고 머리가 텅 빈 듯 하였다. 잠시 앉아서 자비수관을 하였더니 통증도 사라지고 맑아졌다.

차 명상을 할 때 몸이 사라져서 엉덩이 감각을 관찰하고 중간 중간 목이 모래를 뿌린 듯 따끔해서 감로차를 마시자 따끔거림이 일어났다 사라짐을 반복 하더니 사라졌다.

 

트레킹 5일차 : 10월24일

스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일자 걸음으로 걸었더니 훨씬 편안하고 힘이 덜 들었다.

스틱이 땅이나 돌에 닿을 때 전달되는 감각이 손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울려 떨림을 알아차림 하였다. 흙길은 부드러운 감각을, 돌이나 자갈길에서는 단단함으로 손끝에 강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몸 전체로 떨림이 바로 전달되기도 한다.

스틱이 흐트러지면 몸의 균형도 바뀌기도 하고 전체보기와 한 공간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모든 현상에는 일어남과 사라짐이 있고 지속성이 없으며 상호연관임을 알아차림 한다.

30분 정도 코피가 나기 전처럼 코가 묵직하면서 터질 것 같았다. 몇 초 동안 찌릿하면서 전기 통하는 현상이 두 번 연속해서 일어나더니 코가 터질 것 같은 현상이 강하게 일어났다 약하게 일어나기를 반복 하다가 사라졌다. 의식을 정수리에 더 집중하며 걸었다.

돌계단과 오르막을 오르는데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고운 흙길 위를 걷는 것처럼 편안 하였다. 마치 누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깍아지른 언덕길을 오를 때와 길 중간에서 검은 덩치가 큰 소와 일대일로 맞닿을 때 두려움이 생기고 몸이 움츠려 드는 것을 알아차림 하였다. 낭떨어지를 보면서 일어나지도 않는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소와 마주쳤을 때 해를 당할까봐 먼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 또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해 있음을 알아차림 하였다.

전체보기를 하면서 한 공간 속에서 가까운 소리부터 먼 소리까지 알아차림하고, 향기(꽃, 풀)도 같이 관찰 하였다. 소리도 향기도 바뀌고 실체가 없으며 사라진 흔적이 없음을 알아차림 한다. 오직 일어나고 사라짐만 있을 뿐이다.

 

트레킹 6일차 : 10월25일

새벽녘부터 가슴 통증으로 너무 힘들어 앉아서 자비수관도 하였고, 약을 먹고 걸었는데도 11시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일자 걸음으로 걸으면서 나에게 맞는 걷는 방법을 터득하여 걸으니 한결 편안해졌다. 길의 조건에 따라 발의 보폭을 짧게도 하고 길게도 하면서 다리를 덜 구부리고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처럼 다리를 쭉 뻗으며 걸으니 호흡도 편안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다보니 발바닥에서부터 온 몸으로 감지가 되었고, 배낭의 움직임, 발바닥 움직이는 감각, 스틱 잡은 손의 감각 등 모든 움직임이 투시되듯 전체보기를 하면서 한 공간 이루며 걷는 것이 잘 되었다. 모든 움직임은 스스로 만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연관 작용을 하며 일어나고 머무는 듯 머물지 않고 사라짐을 확인 하였다. 서너 차례 정수리 주변에 스멀거리기도 하고 빈틈없이 꽉 찬 풍선처럼 빵빵한 현상들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사라졌다.

해질 무렵 저녁노을이 설산에 비추자 금색으로 변하였고 구름도 노을에 비춰지니 색이 변하고 시간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모든 현상은 변한다는 것과 머무름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것 또한 마음의 현상임을 알아차림 한다. 해가 지자 어두워져 핸드폰의 불빛에 의지해 걸으면서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짐을 알아차림 하면서 의식을 더 집중해서 걷게 되었다.

차 명상을 할 때 손끝이 뻑뻑하여 터져 나갈듯 하였고 폭포에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연상하니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오색기 같은 색깔 있는 회오리가 되어 가슴에서부터 뻗어서 망망대해까지 뻗어 나갔다. 일어남과 사라짐을 관찰 하였다.

트레킹 7일차 : 10월26일

숨이 차서 호흡이 거칠어지고 힘이 들어서 전체보기를 계속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머리가 풍선처럼 터질 듯 빵빵해지더니 머리 위로 맑고 깨끗한 (표현이 어려운) 청정한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어디서 찬바람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 머리의 통증이 사라지니 호흡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막혀 단단해진 것처럼 느껴져 자비손으로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정수리 주변에 있던 상쾌함이 가슴으로 내려와 막힌 것이 뚫리고 다시 단전으로 내려가니 장이 좋지 않아 나던 소리가 사라졌다. 다시 항문 쪽으로 이동하면서 허리 주변에서 두 개의 원으로 나누어지더니 어깨 쪽으로 올라 왔다. 경추 아래의 등 통증이 그물코처럼 보여 한 칸씩 튕기니 통증이 사라졌다. 덩달아 몸이 가벼워졌다. 허리 아래 하반신은 터질 듯 팽창과 수축이 되기를 세 번 반복되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가 열기로 바뀌었다. 팽창과 수축되는 과정의 변화를 계속 관찰하였고 일어남과 사라짐 또한 분명 하였다. 풍선처럼 부풀려지고 수축이 되어도 똑같은 것이 없고 머무름이 없으며 매순간 변화고 있음을 본다.

황금색과 은색의 빛이 일어나고, 모르는 글자와 문양, 길, 살지 않았던 시대의 모습 등이 스냅사진처럼 지나갔다. 호흡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되고 발 손에 두던 의식이 사라진 듯 하더니 뚜렷한 의식 하나만 남아 눈에 전등불이 달린 듯 방안이 환해졌다. 밝은 빛으로 눈을 감아도 떠도 똑같았다. 꿈은 아닌 것 같아 앉아서 좌선을 하였다. 90분 동안 좌선 상태가 유지 되었고(손, 혀가 움직이지 않음) 발, 손 그리고 정수리가 한 꾸러미처럼 보였다.

몸의 경안 상태가 유지 되었고 의식이 뚜렷한 채 망상하는 것을 눈으로 보듯 알 수 있었다.

재채기와 하품이이 나오려는 것을 알아차림하고 과정을 지켜보았다. 호흡도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분명하게 보고 알아차림 하였다.

몸 구석구석 막힌 것이 통증(팽창과 짜릿한 전율 같은)을 동반하면서 부풀어 오르다 뚫렸고 상쾌한 기운이 세 바퀴 돌 때 장기가 움직이고 몸의 혈관 같은 것이 뚜렷하게 보이고 코 막힘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생겼다 하더니 사라졌다.

손가락이 길게 늘어나면서 펴지더니 주름종이 접히듯 접혀서 가는 종이 한 장처럼 되기를 반복 하였다. 양말과 발토시를 모두 벗어도 더울 정도로 몸에 열이 났다.

왼쪽 새끼발가락 쪽 발바닥이 굳어서 감각이 없었는데 찌르는 듯 통증이 생기면서 감각이 생겼다. 기억된 정보로 아는 심장모양이 또렷하게 보이며 혈(대동맥과 정맥)의 흐름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지켜보는 마음을 지켜보았다. 아프던 허리의 통증도 사라졌다.

마나술루 베이스캠프 올라가는 길이 좁고 화재로 나무도 없고 경사도 심해서 올라가는 것이 어려운 길이었다. 약간의 숨이 찼지만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오히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었다. 미끄러질 때 발의 움직임을 살피고 순간순간 스틱 잡은 손에 의식을 집중하고 몸의 움직임을 살피고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림 하고 흔적 없어 머물 수 없음을 알아차림하고 지나간 것은 되돌아오지 않으며 현재 이 순간도 없음을 알아차림 하며 걸었다.

걷는 도중에 정수리에서 뒷머리 쪽으로 무언가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약간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 실재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다.

호수에 햇살이 비치자 윤슬이 보석처럼 빛나지만 해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 변하고 윤슬의 움직임도 똑같은 것이 없음을 지켜보며 알아차림 한다. 예쁘다, 아름답다는 생각도 순간이고 변화에 따라 마음도 변함을 알아차림 하면서 집착할 것이 없는데 넓은 마음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유를 하였다.

티벳 사원을 들렸는데 계신 스님 말씀으로 5백년은 넘었다고 하셨다. 특별한 행사 중이라 하셨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재를 지내고 있었다.

트레킹 8일차 : 10월27일

머리에 통증이 심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좌선 상태로 앉아서 눈만 감고 있었다. 정수리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는데 가슴에서 시작하여 정수리 쪽으로 뜨거운 불기둥이 솟아오르더니 몸 전체가 뜨거워졌다. 마치 고열이 날 때처럼 몸이 뜨거워 겹쳐 입었던 오리털 점퍼를 벗었다. 그래도 서늘함이 없었다. 방안이 환해지고 의식이 또렷해져 생각이 보이는 것처럼 그대로 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망상도 망념도 그대로 그림처럼 보여 졌다. 모든 것은 매 찰나 바뀌고 실체가 없으며 머무름이 없음을 알아차림하고 아는 앎에 머무르려고 애를 썼다.

걸으면서 차가워서 고생하는 손이 따뜻해서 추운 걸 못 느꼈다. 어제는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는데 오늘은 너무 무거웠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배낭의 무게가 천근만근이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 미끄러짐을 알아차림하고 손으로 땅을 짚었다. 아차! 하는 순간 아래로 떨어질 뻔하였다. 스틱 잡은 손에 힘이 주어지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젊은 네팔 청년의 도움이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집중하지 않으면 숨이 차오르고 호흡이 곤란해져서 의식을 계속 정수리에 두고 걸으면서 일어남과 사라지는 현상을 알아차림 한다. 몸이 점점 가볍게 느껴지고 따듯해지는 것을 알아차림 한다. 햇살의 따듯함과 다르고 더운 것이 아니다.

감로차 마시기를 하면서 호흡이 편안해지고 몸이 사라지더니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막혔던 코가 뚫려서 호흡이 조금 편안해졌다.

 

트레킹 9일차 : 10월28일

오늘은 뒤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 하였다. 몸이 가벼울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배낭의 움직임이 등에 부딪칠 때마다 나는 소리와 무게감으로 감정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림 하였다. 몸이 무거우니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고 배낭 안에 있는 물건의 흔들림이 거슬려 불쾌감도 일어났다 사라진다. 부딪쳐서 등에 닿을 때 날카롭게 반응하여 배낭을 풀었다 다시 매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이지 배낭의 문제는 아님을 알면서도 끌려간다. 잠시서서 먼 산을 주시 하면서 견문각지에 의지하지 않고 있으니 편안해졌다.

정수리 부분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 손으로 만져보니 만져지는 것은 없었다. 마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듯, 향을 피운 연기 같은 것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계속 주시하고 있으니 정수리 주변에 변화가 사라졌다.

발 뒷굽부터 발가락 앞부분까지 땅에 닿는 감각을 알아차림하고 일어남과 사라짐만 있으며 움직임으로 남는 흔적이 없음을 알아차림 한다. 비스듬한 언덕을 오를 때 무릎과 다리의 앞 근육과 뒤 근육의 쓰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매 순간 변하며 현재 이 순간에도 머무름이 없음을 알아차림 한다.

심장이 가슴에서만 뛰는 것이 아니라 발목부터 동시에 뛰고 있음을 알아차림하고 진동이 몸 전체로 퍼지는 것도 알아차림 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장이 뛰어도 동시에 움직임과 진동을 아는 것이 아니고 일어남과 사라짐에 시차가 있음을 알아차림 한다.

스틱의 진동이 땅 표면이 부드러우니 손끝에서 몸 전체로 퍼질 때도 물이 스며들 듯 부드럽다. 전체보기를 하면서 바람소리, 사람 말소리, 말들의 움직이는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풀과 꽃의 향기, 날아다니는 나비의 방향 따라 움직이는 눈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이 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마음에 의해 변하는 것임을 알아차림 한다. 마음이 향하지 않으면 소리도 향기도 듣지도 맡지도 못 할 것이다.

반대편 산에서 돌 구르는 소리가 들려 잠시 무상 관찰을 하면서 조건에 의해 일어남과 사라짐만 있으며 흘러내린 돌이 다시 올라 갈 수 없고 아직 흘러내리지 않은 돌들은 그대로 있지만 이 순간에도 변화를 계속하며 머무르지 않음을 알아차림 한다. 이전보다 일어나는 현상의 움직임을 스냅사진 보듯 선명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고 알아차림 한다.

 

트레킹10일차 : 10월29일 (다람살라)

어제 저녁부터 고산증세인지 계속되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체력의 한계인지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새벽 3시에 내키지 않았는데 정상을 오르기 위해 누룽지를 먹었는데 문제가 되어 전부 토하고 3시 40분에 랜턴을 들고 출발 하였다.

트레킹 내내 새벽 4시경 잠이 들어서인지 걷는 와중에 잠이 오기 시작하였다. 고산증세로 잠이 와서 잠깐이라도 자면은 죽는다고 하는데... 의식이 고무줄 늘어나듯 늘어났다 되돌아온다. 놓치지 않으려 것과 달아나려는 것 사이가 보여 진다. 찰나지만 일어나는 과정들의 시작과 중간과 끝이 한눈에 보여 알아차림 한다. 의식이 달아남이 더 심해지니 몸이 좌우로 흔들린다. 마치 몸이 에어간판처럼 되었다. 쓰러지려는 것과 붙잡으려는 의식 사이에 찰나지만 사투를 벌인다. 부처님께 기도도 하였다. 이 고비를 잘 넘기게 해 달라고...

어두운 밤길이라 발에 의식을 더 집중하며 걸은 탓인지 발을 들어 올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닿는 과정이 분명하게 알아차림 된다. 들어 올릴 때의 묵직함과 들음의 가벼움, 닿을 때 지면의 상태 따라 딱딱함, 부드러움, 예리함 등 각각의 감각이 지, 화, 풍, 허공 4대 요소로 드러난다. 근육의 움직임도 발목부터 대퇴골까지 매순간 변하고 항상 하지 않으며 동시지만 같은 것 또한 없음을 알아차림 한다.

호흡은 5100고지를 향해 걷는 것이 아닌 듯 편안 하였고 몸도 전체적으로 경안 상태를 유지 하였다. 몸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걷는다. 인체해부도를 보듯 몸의 전체모습이 스크린처럼 눈앞에 보여 진다.

중간에 잠을 피하려고 커피를 마셨는데 화근이 되어 6차례나 토하였다. 게다가 설사까지 동반하였다. 구토나 설사를 할 때의 과정을 시작부터 알아차림 하여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목이 따끔거리고 계속 토하다보니 출혈이 생겨서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통증은 관찰이 되었다. 통증의 강도도 계속 변하여 똑같은 것이 없으며, 일어났다 사라짐의 연속이고, 실체하는 것이 없음을 알아차림 한다. 지나간 통증은 지나가서 없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없음을 알아차림 하니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 날 수 있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몸이 앞으로 굽어지면서 스틱 잡은 손부터 몸의 전체의 움직임도 다르고 집중하는 의식도 다 다르다. 모든 움직임을 3단계로 보려고 노력했다. 굽어진 몸이 펴지는 과정을 살피면서 실체하는 것이 없으므로 나라고 할 것도 없는데 지나간 고통으로 괴로워 할 이유도 없다고 사유하며 걸었다.

빙하를 건널 때 옆에 걷는 사람이 지나가자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자 동시에 움찔 하였다. 찰나지만 물에 빠질까하는 두려움이 급습했다. 소리를 듣고 놀라고 안도하는 이 모든 것이 마음임을 알아차림 한다. 설산, 눈이 녹아 내리 것, 돌 구르는 소리 이 모든 것들도 원인과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며 항상 하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상을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욕심내고 화를 내고 분별할 것이 없음을 일러준다.

먹지도 못하고 모든 것을 쏟아내어 쓰러질 것 같은데도 의식은 뚜렷했다. 스틱 잡은 손이 흐트러짐도 없었고 의식의 집중이 잘 돼서 그런지 망념이나 망상 또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몸은 사라지고 발바닥 감각과 돌이 많아 스틱 닿는 진동으로 인한 감각만 있다. 오직 걷는 것에만 집중하며 걸어서 그런지 힘들다는 생각도 없었고 목을 축이는 정도의 물만 마시며 13시간 반을 걸어서 먼저 숙소까지 무사히 내려 올 수 있었다.

트레킹 11일차 : 10월 30일

어제 하루 종일 힘들게 했던 몸의 상태도 좋아지고 음식도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었고 정상을 내려 온 후라 그런지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 하였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걷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발바닥에서 무릎까지의 감각을 관찰하면 걸었다. 발에 움직임에 따라 무릎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흙길을 걸을 때 발바닥의 감각이 부드러우면 무릎의 움직임도 부드럽다. 자갈길을 걸을 때는 발바닥도 딱딱하고 무릎에도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 발바닥에서 허리까지 감각을 관찰하며 걸으니 발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이 움직이고 발바닥의 감각이 허리까지 영향을 준다. 그러나 모든 감각은 일어나고 사라짐만 있으며 머물거나 실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없음을 알아차림 한다.

계곡의 물소리도 숲의 향기도 한 공간 속에서 알아차림 하지만 이것도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현상임을 알아차림 한다. 몸의 경안 상태가 유지된다. 몸이 사라지고 바지의 부딪치는 소리와 움직임만 알아차림 한다. 아직도 이야기 도중에는 발바닥 감각만 알아차려진다.

해가 저물어 랜턴에 의지해 걸어야 했다. 포터들에게도 비춰줘야 했고 여러 명이 움직이다보니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물소리는 크게 들려도 계곡은 보이지 않으니 조심하면서 의식을 더 집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밤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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