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경선.

경선을 하면서 발바닥과 풀과의 관계, 발이 닿을 때의 감촉, 풀이 스러지면서 발바닥과의 감촉, 다음 발을 데면서 감촉, 허벅지 허리 머리까지 느낌이 전해져오며 풀의 느낌이 온몸을 감싸안아온다. 몸 전체가 솜위를 걷는 듯 발바닥의 느낌이 몸전체로 느껴진다.

새소리가 선명해지고 바람소리까지도 얼굴을 스치면서 살아있는 듯 감촉이 좋은 느낌이다. 맑고 깨끗한 느낌이다.

조금 걷다 나무와 하늘이 보이는 공간에서 나무의 윗부분이 하늘 사이에서 보였다. 하늘이 보이는 쪽보다는 나무와 풀이 보이는 곳이 훨씬 편안한 느낌이 든다. 단지 느낌일 뿐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마음이 이끌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 또한 이 순간이 지나면 나무 풀 하늘, 늘 같지는 않음을 상기해본다.

오르막에 오를 때는 다리가 무거워지고 팽팽해진다. 뒷다리 앞발 등 정강이 허리 가슴 목 어깨까지 천천히 알아차림하면서 마치 다리가 늘어나면서 가슴이 시원해지며 머리속까지 맑아지고 걷고 소리와 발바닥 느낌만이 살아있다.

관계성 사유에서 소나무 공기 햇빛 풀 꽃 등의 관계사유를 하면서 소나무 풀 발밑 낙엽 물 햇빛 그늘까지도 모든 것이 관계있음을 알아차린다.

소나무에 기댄 어깨가 그리 편하지 않다. 잠시 몸을 편안히 하고 발 다리 허리 어깨까지 미세한 떨림이 온몸에 전해져온다. 아주 천천히 미세하게 떨리는 기운을 바라본다. 지켜보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이 기분은 맑고 깨끗하다. 고요하다. 마음의 동요는 없다.

소나무 풀 발밑의 낙엽, 땅위에 보이는 소나무, 땅속의 뿌리, 덩굴 벌레 등 많은 것들이 땅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마치 시각화하듯이 많이 얼켜진 땅속이 그려진다.

벌레가 지나간 자리, 내가 무서워하는 벌레도 내가 마신 공기를 공유하고 땅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모르는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지, 모든 생물 무생물은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그 관계는 늘 평등하다.

발바닥 감각 알아차림에 집중수행하고자 경선에서 발바닥 전체 안 닿는 부분까지도 느낌은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미세하게 발바닥에서 몸 전체로 감각 알아차림이 잘 되었다. 걷는 순간 몸의 형태는 한번도 같게 느껴지지 않고 늘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된다.

소리는 풀벌레 소리, 새소리, 특히 풀벌레 소리는 내 몸 전체에 울림을 준다. 세포 하나하나에 물방울이 튀어오르는 느낌이랄까, 물안개가 피듯이 울림이 계속된다. 바람도 피부에 닿는 순간 감각이 분명 느껴진다.

낙엽이 떨어지며 미세한 파동이 느껴진다. 아주 느리게 정지하듯이 떨어지며 빙글 돌면서 떨어지면서 몸의 진동을 느끼게 해준다. 발바닥 감각 등 배 몸 전체에 울림이 느껴진다.

가슴을 보면 가슴쪽이 텅 비고 아무 것도 없어지기도 하고 팔을 보면 팔이 없어지기도 한다. 사물을 보면 정지된 사진처럼 사진만 남고 잠깐동안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 것도 없다. 눈앞에 정지된 화면만 있다.

귀의 감각이 돌아오며 몸 전체의 감각이 돌아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