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수관.
마음을 고요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 의도가 수행의 진전에 장애물임을 경험적으로 알게된 이후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밤 늦게까지 스터디 카페에서 경정을 읽고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인적이 드문 조용한 도로에서 순간적으로 위와 옆을 포함해서 사방을 전체적으로 보는 듯한 앎이 인지되었습니다. 보고 있어서 보는 것이 아닌데 분명히 사방과 위 아래 모두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새벽 명상수행의 방법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알람을 맞춰두고 시간 맞춰 명상을 했었는데, 시간에 관계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좌복에 앉아 명상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날 때 알지 못할 불안감을 안고 깨어날 때가 많았었는데 아주 편안하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깨방으로 가는 길도 부분적으로 보이던 것이 사방으로 전체를 볼 수 있었고, 도저히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는 거리도 선명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편안했으며 깨방으로 가는 걸음에서 발바닥의 감각이 실제 걷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알아차려졌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감촉이 명료했습니다. 지운스님께서 항상 앞뒤 좌우 상하를 항상 깨어서 보신다고 했는데 이런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되짚어보니 그 이유는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의 알아차림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명상시간마다 내려놓았다는 생각마저 내려놓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니 전체를 보는 마음도 더 명료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럴수록 마음의 기쁨과 몸의 경쾌함이 더해지면서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함이 찾아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