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27.

바스락 바스락 소리도 느끼고 발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도 느끼면서 집중하여 걷는데, 계속 집중하기는 힘들었지만(번뇌가 계속 일어남) 집중 집중 더 집중할수록 번뇌는 줄어들었다.

경선 산행길이 이번이 두번째인데 예전에 처음 산행했을 때는 좁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들이 막 무섭고 떨어질까봐 불안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에 계속 감각을 두고 걸으니까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조금 아슬할 때는 '내가 넘어질까봐 불안해하는구나!' 알아차릴려고 했다.

나무에 기댈 때는 원래 벌레때문에 찝찝해서 잘 기대지도 못하고 산만했었는데, 이번엔 그냥 편안히 기대어 감각에만 초점을 맞추니 벌레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발바닥뿐 아니라 무릎, 허벅지, 허리까지 감각을 느껴보라 했을 때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자극이 되니까 느끼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 번에 알아차리진 못하고 발, 무릎, 허벅지, 허리를 나눠서 힘들어가는 부분 근육이 땡기는 위치 등을 알아차렸다.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나의 몸을 거울을 보듯이 한번에 비춰보라 했을 때는 어떻게 하나... 긴가민가 해서 개울가에 내 모습이 비치듯 생각하며 감각을 보려고 집중했다. 또 다음 숨쉬기할 때는 알아차림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 숨이 너무 짧고 잘 쉬어지지가 않아서 답답했다. 명치에서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발밑 감각을 느끼면 걷는데, 피부의 닿는 바람도 시원하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카락을 알아차리려고 집중하는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바람에 흩날리는게 산뜻했다.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평소에 발이나 어디에 감각을 집중해서 알아차림 훈련하여 선지혜를 이루고 싶다.

2.28.

어제 지운스님의 강의를 듣고 경선을 해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경선은 마음을 길들이는 훈련이고 알아차림을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을...알아차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어떤 마음인지 궁금했다.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 평등한 마음, 화도 안내고 자존심도 안 부릴려나...?땅을 밟으면서 땅이 있기에 내가 의지하여 걸을 수 있구나, 그래서 땅에게 감사하구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예민해서 신경이 곤두설 때가 많아 (요즘 대학 개강하기 전이라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아 스트레스와 우울이 왔었다) 사소한 일에도 섭섭하고 짜증났는데, 알아차림을 하면 그럴 이유가 없어질테니까.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하고. 그 감사하고 평등한 마음 갖고싶고 번뇌는 없애고 싶다.

이번 경선에서 놀라운 점은 집중도 오래 안가고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무섭고 불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님께서 마음이 강해진 것이라고 해서 그래도 열심히 알아차리려고 노력했구나 싶었다. 개강 우울증은 사라졌다. 앞으로 학교에서 공부가 힘들고 계속 머리에 손이 올라가도 알아차림하면서 마음을 강화시켜야겠다.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