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경선 2급 수행일지.

발바닥 발등 발목 종아리 허벅지 골반까지의 움직임이 보였다.

배에서 가슴,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가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그 아래로 팔이 댕강거리듯 움직이고 이에 따라 목 위로 머리가 조금씩 옆으로 혹은 위아래로 움직이고 뒷머리카락이 움직임으로 나부대고 앞쪽으로는 얼굴이 허공에 놓여있고 간간히 부는 서늘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까지 보였다.

처음 나무에 기대 눈을 뜨고 상하좌우 위아래를 보고 눈을 감고서 비추어볼 때 나를 중심으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뒤로, 뒤에서 왼쪽으로 한바퀴를 빙 돌아 비추듯 보고 또 나를 가운데 두고 밖에서 나를 향해 한바퀴 돌아 주욱 비추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눈을 뜨니 내가 나무에 기대서 있고 내앞의 180도 정도가 멀리까지 의식되었고 내 뒤로는 나무가 우거져 있고 사람이 있음이 의식되었다.

그리고나서 걸어가는데 앞으로 줄 서서 굽이굽이 걸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한사람이 팔을 흔드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무릎을 굽혀 경사진 곳을 오르는 것 등 숲 전체와 함께 각각의 사람들의 모습이 예전보다 또렷하게 보였다.

그 큰 공간안에서 내가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시선을 나로 돌려 내 모습을 비추어보니 내 뒷모습에도 의식이 가 있어 뒷머리의 흔들거림, 뒷목에 스치는 서늘한 바람, 척추를 중심으로 좌우 등이 앞뒤로 살짝살짝 움직이고 뒷허벅지와 종아리가 법복안에서 스치듯 그 사이의 빈 공간이 알아차려졌다.

다시 발바닥에 의식을 두고 걸으니 발바닥 감각이 걸음이 움직일때마다 생기고 사라지고 생기고 사라졌다.

한걸음 한걸음이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지면서 발걸음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발바닥의 감각이 한걸음의 동작과 함께 생기고 사라졌다.

그 생기고 사라짐이 매우 빠르면서 경쾌하게 느껴졌다.

어제 연밭에 빗방울이 동그란 파문을 그리며 생기고 사라지고 많은 빗방울들이 순식간에 생기고 사라졌는데, 한참을 보니 빗방울처럼 순간 반짝이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편의 끙끙대는 소리 역시 생기고 사라지는 소리에 불과한데 싫어하는 내 마음이 그 소리에 붙고 기억으로 남아 내가 괴로워하고 있구나 하고 다시 알게 되었다.

발걸음이 사라지고 발바닥의 감각도 사라져 어느 것 하나 머물지 않는데 빗방울이 연밭에 떨어져 생기고 사라져 어느 자국 하나 남지 않는데 남편의 끙끙대는 소리만 내 기억에 남아 나를 괴롭히느느구나 하고 다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