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수관 1급반.
자비수관에 따스하고 큰 손이 지나칠 때 몸의 한 곳을 스칠 때 전원의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몸에서 전류가 스쳐 지나간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 자리는 흔적도 없다. 나타나는 알아차림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사라져간 자리는 공한 것 같다. 잡아보려 해도 아무 것도 없다. 야구공을 던진 후 던진 손은 비어있고 빈 손에서 야구공을 찾는 것 같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나의 의지와 상관없다. 그저 나타나고 사라지고 흔적을 잡으려 말고 흔적을 보고있는 자신을 알아차린다.
깨방으로 가는 길에서 맨발로 숲길을 걸어가며 실제 맨발의 느낌이 알아차려진다. 작은 모래알 나무가지의 작은 아픔이 실제와 같다. 항상 소나무가 길 한쪽에 기울어져 있어 기대기가 불편했는데 오늘은 큰 소나무를 두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큰 숲길 중간으로 옮겼다. 앞으로 더 많이 안자주고 기댈 수 있겠다. 항상 불편했는데...
나도 모르는 화가 나도 모르게 올라와 나도 모르는 행동으로 표출이 되었는데, 이젠 화를 지켜보는 알아차림의 힘이 좋아진 듯하다. |